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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펙트기사, 4차 산업혁명 물결 타고 시니어 비즈니스 급성장

출처 : http://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18&no=393894

“오십이다 이제, 내일모레면. 너도 내가 늙었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는 넌 몇 살이니?” 

“저는 마치 서쪽 바람처럼 늙었으며 새로 태어난 애벌레만큼 어리기도 합니다.” 

오십을 바라보는 이혼남이 혼밥을 먹으며 스마트폰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대화를 나눈다. 광고회사 임원으로 잘나가는 그는 어느새 나홀로 고독사 할까 걱정하는 외로운 중년이 됐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멜로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주인공 얘기다. 

‘젊음’이 필수였던 멜로드라마 공식이 깨지고 중년의 러브스토리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예능 프로그램도 비슷하다. 젊은 층 중심이었던 예능에서 40~50대 ‘아재’들이 등장한 지 꽤 됐다. 여기에 노년의 배우들이 주요 역할을 맡은 예능 프로그램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인구구조에서 찾는다. ‘한국이 소멸한다’는 저서를 낸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0년이 인구 변화의 중대한 기점”이라고 강조한다. 740만명에 이르는 제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선두 세대인 1955년생이 2020년이 되면 딱 65세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후 2028년까지 8년 안에 제1차 베이비부머가 모두 65세에 진입한다. 제2차 베이비부머까지 포함한 광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75년생), 1700만명이 생애주기 이동을 시작하는 셈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는 중년, 장년층이 넘쳐나게 된다. 

전영수 교수는 “100세 시대에 돌입한 지금 40대는 과거의 중년이 아니다. 아울러 노인 기준이 상향 조정되며 고령층이 ‘뒷방 늙은이’가 아닌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까지 받아들여진다. 넘치는 중년, 고령층을 위한 비즈니스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타고 산업 전반에서 중장년층, 이른바 ‘시니어’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기술이 얹히며 친고령 비즈니스 활성화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로봇·AI 등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시니어 헬스케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로템에서 현대차와 공동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현대로템 제공>

▶日 이어 韓도 시니어 시프트 현상 

▷제품·서비스가 중·고령으로 재편 

노인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들어 늙은 사람’이다. 산업계에서는 연령을 덜 나타내는 서구식 표현인 ‘시니어’가 더 선호된다. 2011년 국회에서 의원 발의로 ‘노인’이라는 용어를 ‘시니어’로 정비하려는 법률 개정안 발의가 있었던 점도 같은 맥락이다. 

법률이나 학술적으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지만 산업적으로는 50~64세를 ‘뉴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로, 65세를 ‘올드 시니어’ ‘실버’로 구분한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업이 주목하는 세대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적극적으로 소비활동을 하는 뉴 시니어다. 

한국보다 일찌감치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노인에 대한 개념이 진작 바뀌었다. 일본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던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 은퇴 시점인 2007년 이후가 기점이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AEON)사는 2011년 자사 전략보고서에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라는 용어를 썼다. 고령화 영향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중·고령 세대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온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핵심 타깃을 50세 이상 시니어 고객으로 전환했다. 2013년 도쿄 카사이점을 리뉴얼해 ‘그랜드 제너레이션’ 몰로 바꾸기도 했다. 활동적인 고령자를 의미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넘어 최정상 계층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위대한 세대라는 의미를 담았다. 

일본에서 학생이나 20대를 주 타깃으로 삼던 편의점도 고령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븐일레븐 고객층은 1989년 29세 이하 고객이 63%에 달했으나 2013년 기준 29%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세 이상 고객의 비중은 9%에서 30%로 늘어났다. 

역시 고령화를 겪은 미국에서는 학구파 시니어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1975년 설립된 비영리기관 ‘로드 스칼러’는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교육과 여행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세계 각지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며 강의를 듣는 ‘아트 러버(Art Lovers)’부터 기차를 타고 역사적 유물을 찾아가는 ‘트레인 저니(Train Journeys)’, 미국 작은 마을을 방문해 숨겨진 역사·문화를 학습하는 ‘마이 홈타운(My Hometown)’ 프로그램까지 매년 4600번의 여행에 10만명의 시니어가 참여한다. 참여자 대부분이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니고 평균 연령은 72세에 달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서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가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프랑스 154년, 미국 88년, 독일 78년, 일본은 36년이었는데 한국은 26년에 불과하다. 2030년에는 50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0대는 ‘시니어 비즈니스’의 핵심 소비자로 인식된다. 

시장 전망은 밝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령친화시장 규모는 2016년 27조원에서 2020년 78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 트렌드가 시니어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기술이 고령친화산업과 ‘케미’가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미국 라이블리(Lively) 노인케어 서비스는 냉장고, 출입문, 약품 케이스 등에 센서를 달아 고령층 동작을 감지하고 데이터를 수집해 건강을 관리해준다. 24에이트(24eight)는 미국 통신사 AT&T와 협력해 고령층의 발 움직임 감지 압력센서를 단 스마트 슬리퍼를 개발했다. 바닥센서로 압력과 보폭 등을 측정해 평소 걸음과 달라지면 가족과 의사에게 알려 사고를 예방한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 역시 반응 능력이나 근력 등이 떨어질 수 있는 고령층에 적합한 기술 중 하나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는 “시니어 소비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과 브랜드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응원해줄 든든한 지원군”이라며 “철새 같은 중국 관광객들이 사라진다고 아쉬워하기보다 집안을 지켜줄 진정한 충성 고객, 위대한 소비자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이 최고 ‘시니어 헬스케어’ 

▷로봇·빅데이터·AI 등 최신 기술 활용 

각 산업별로 친고령 비즈니스를 살펴보면 헬스케어가 단연 1순위다. 최근에는 로봇·빅데이터·AI 등 최신 IT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활동성을 높이는 ‘웨어러블 로봇’이 대표적이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로봇슈트를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게 웨어러블 로봇 시판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노약자가 착용해도 시속 12㎞까지 달릴 수 있도록 다리 힘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로봇 ‘휴마’를 비롯해 의료용 로봇 ‘H-MEX’, 보행 보조 로봇 ‘H-LEX’는 현재 의료기기 인증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노인 재활 훈련을 위한 로봇 사업도 눈에 띈다. AI와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뇌졸중·치매 재활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네오펙트’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할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네오펙트가 개발한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 장갑을 통해 병원이 아닌 집에서도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글러브에 장착된 센서와 AI가 환자 움직임을 분석해 재활 훈련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기업용 챗봇을 개발해온 ‘마인즈랩’ 역시 올해 들어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그간 축적해온 AI 기술을 통해 진료 기록은 물론 환자와 의사 간 대화 등 음성자료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혈압·당뇨 환자에게 식단과 건강관리법을 조언하는 서비스를 구현한다. 이 밖에 치매 예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캐어유’, 스마트폰 화면 글자를 크게 확대하거나 음성으로 읽어주는 앱 ‘샤인플러스’를 운영하는 ‘에이티랩’도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AI·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치매·뇌졸중 등 노인성 질환 재활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 ‘네오펙트’는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을 만큼 세계 무대에서도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네오펙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네오펙트 제공>

▶고독한 시니어 ‘사고 예방’ 

▷IoT로 위치·건강 상태 수시로 확인 

몸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노인은 치매나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혼자 있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노인의 고독사를 다루는 뉴스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고독한 노인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가 친고령 산업에서 갖는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LG유플러스 ‘부모안심 IoT 패키지’는 자녀가 부모 건강과 현재 상황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내놓은 상품이다. 자녀는 스마트폰으로 부모의 외출·귀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가스밸브나 전열기구를 켜두고 외출했을 경우에는 원격으로 잠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홈CCTV 영상을 통해 부모의 건강 상태도 수시로 파악할 수 있다. 

KT가 최근 시범 운영에 나선 ‘안심 LED 솔루션’과 ‘IoT 기반 위치 트래커’도 마찬가지다. 안심 LED 솔루션은 LED 전등에 실시간 동작감지센서와 텍스트 음성 변환 기능을 내장해 독거 치매노인의 실내 움직임을 파악하고, 일정 시간 이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생활관리사에게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다. IoT 기반 위치 트래커는 독거 치매노인 실외 위치를 파악한다. 활동 범위를 설정해 특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역시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터치형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을 위해 지난해 11월 폴더형 스마트폰 ‘스마트 폴더’를 선보였다. 통화할 때 얼굴이 화면에 닿아 의도하지 않은 터치가 되는 상황을 예방하는 ‘똑똑한 터치 잠금’과 별도 버튼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하거나 켤 수 있는 ‘데이터 잠금’ 기능을 탑재했다. 라디오 안테나를 내장해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똑똑한 FM 라디오’ 기능도 제공된다. 

스타트업도 노인 사고 예방에 발 벗고 나섰다. ‘로하’가 내놓은 노인용 IoT 스피커 ‘소통박스’는 휴대폰 사용에 서툰 고령자들이 음성만으로 지인과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거나 침수, 화재 등이 의심되면 복지사에게 통보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독거노인 보호용 위치추적기를 생산하는 ‘리니어블’ 역시 지난 3월 미국 IT 기업 셈텍으로부터 200만달러 투자를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다. 

▶실버세대 잡아라…특화 상품 봇물 

▷식품·유통·금융 앞다퉈 ‘실버러시’ 

고령층은 실버가 아니라 ‘골드세대’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고령층의 구매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업계는 저마다 노년층 특화 상품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급성장하고 있는 ‘실버푸드’ 시장 진입에 여념이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실버푸드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7903억원, 지난해에는 1조10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된다. 오는 2020년 16조원대까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은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연구하는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혈류를 개선해주는 오메가3와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첨가된 치즈를 선보이는 등 실버푸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시니어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통해 국공립 시설, 중소 요양원, 개인 요양원 등 고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나 환자를 위해 식재료를 잘게 갈거나 다져 만든 ‘무스식’을 우선 제공할 방침이다. 씹기 쉽고 부드러운 음식인 ‘연화식’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이 밖에도 많다. 아워홈은 씹기 좋은 고기·떡·견과류 개발에 성공, 특허를 출원하고 최근 판매에 돌입했다. 국내 최초로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춘 현대그린푸드도 ‘부드러운 생선’ 등 기술 2종에 대한 특허를 냈다. 

유통업계도 실버세대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온라인 커머스 업체 쿠팡은 간병·보조용품, 병원·의료용품 등을 판매하는 시니어 전용관 ‘실버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위메프는 노인 쇼핑 편의를 위해 지난해 10월 인터넷 대신 전화로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 ‘위메프 텔레마트’를 선보였다. 오프라인에서는 편의점 GS25가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올해를 ‘시니어 편의점 원년’으로 선포한 GS25는 최근 유한킴벌리와 손잡고 요실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도 노인 특화 상품이 쏟아진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시니어 최대 관심사인 건강과 여행 등을 연계한 ‘나이야가라 통장’을 선보였다. 환갑, 칠순 등 기념일이나 자녀 결혼, 여행, 공적연금 수령 등 이벤트를 맞이할 경우 각각 0.2%포인트씩 최대 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는 상품이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고객에 특화된 모바일 플랫폼 ‘골든라이프 뱅킹’을 운영 중이다. 은퇴 설계 등 맞춤형 금융 서비스는 물론 여행·쇼핑·건강 등 비금융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큰 글씨와 간단한 화면 구성, 이해하기 쉬운 단어 사용 등 고령층 편의를 위한 디테일도 돋보인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3호 (2018.06.20~06.26일자) 기사입니다]